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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11 결정
아메리카노 한잔2009. 7. 11. 12:43
 

 
  휴학 결심을 이제서야 했다. 헤헤^^; 
  솔직히 딸랑 반 학기만 남은 이 어중간한 때 너무도 어려운 결정이었다. 하지만 결정을 한 지금 후회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그래야 한다. 내가 고민한 시간들이 너무 아까워. 분명 잘 보낼 수 있을꺼야 !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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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매 학기가 시작하면 느낌은 달랐지만 그래도 조금의 설레임과 비록 작은거라도 뭔가는 성취하자 라는 의지가 샘솟는 나였다. 하지만 4학년 1학기를 시작하는 느낌은 달랐다. 12월부터 2월까지 계획 했던 것들 지켜가며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방학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개강에 임하는 마음은 '이번학기 딴 거 다 필요없고 제발 탈없이 지나기만 해다오' 이런 기분이었다. 이 때부터가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 '학교 가면 괜찮아 지겠지?' 하면서 개강을 하고 그렇게 하루 이틀 지나갔다. 일주일이 지났다. 근데 일주일이 지나니까 내가 의지했던 사람들이 너무 보고싶어지기만 하는거다. 계속 괜찮을꺼야 하면서 다니다가 한달이 지나고 중간고사 기간이 다가오고 . . . 이렇게 학교 다니기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 까지 '휴학'이라는 단어를 늘 입에 붙이고 살았고 그랬던 만큼 너무도 날 괴롭힌 단어였다.


  문제는 너무도 의욕이 나질않았다는 점이었다. 사실 내가 생각해도 난 인내심, 끈기 하나는 자신있게 있는 아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 문제는 나 스스로에 대한 실망으로 다가왔다. 2학년 때부터인거 같다. 본격적으로 다른 것들보다 과생활을 우선으로 했던게. 하면서 즐겁기도 했지만 나 자체가 너무 약해졌다. 예전에는 혼자서도 잘 했고 혼자서도 어디든지 잘 다니고 그랬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나와 맞는 사람들을 깊게 알아가면서 신경쓰고 의지하고 그런 것들이 과 안에서 나를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애로 만들어버렸다. 원래 눈물이 많긴 하지만 엉엉 서럽게 우는 일도 많아졌다. 해도해도 끝이 안나고 밤새기 일쑤인 실내건축이라는 것에 지쳐버린건지, 매번 부닦끼는 사람들에 지쳐버린건지 아니면 내가 진실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아무도 없어서인지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다가왔다. 전공 분야에 대해 특별나게 잘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관심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꿈이 몇번 바뀌긴 했어도 '건축가' '집 만드는 사람'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런 것들이 항상 내재되어 있었고 대학교 와서는 배울수록 단순히 꾸미는 것이 아닌 공간을 풀어가는 심오한 학문이구나를 알았고 힘들면서도 나 자신을 풍부하게 하는 매력이 있었기 때문에 공간을 배운다는 것에 조금의 자부심도 생겼다. 그런데 4학년1학기 3개월은 나의 인생에 있어서 정말 최악이었다. 12월부터 2월까지 빡세게 지켜왔던 나의 생활패턴이 와르르 무너지고 그러니까 더 회의감이 몰려왔다. 차라리 깔끔하게 3학년 끝나고 휴학 했으면 2월달까지 해왔던 것들. 그 패턴 쭉 이어나가기라도 했을텐데 하면서 고통스러웠다.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식단조절로 다이어트 했던 것도 폭식이 오면서 점점 학교를 대충 다니게 되었다. 될대로 되라 식으로

  아마도 휴식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때는. 이런게 슬럼프 인건가? 처음 겪어보니까 도무지 어떻게 헤어나와야 할 지 모르겠는거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고 온전히 내가 내 의지로 해야하는 일. 생각해보면 정말 많은 것들이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 엉켜 있는 실뭉치를 차근차근이 풀어가려고 해도 조바심이 나서 더 헝클어지기만 한다. 해야 할 것은 산더미 처럼 많고 머리로는 아는데 의욕이 나지 않아 못한다는게 솔직히 진짜 헛웃음이 나온다. 내가 의욕이 넘쳤을 때라면 '그게 말이되?' 이렇게 반응했을 법도 하다. 나만 이런 이유로 힘들어하고 휴학을 고민하는 것 같아 조금은 챙피하기도 한 마음에 혼자 더 끙끙 앓았는지도 모른다. 힘들지만 엄마한테는 이런말 못하겠고 친구들에게 열변을 토해도 결국 힘들어지는 건 결정을 해야하는 나 자신이었다.  
    

  그러다가 방학을 하기 바로 2-3주 전쯤에는 그냥 쭉 다닐까? 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김백선 교수님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이 분야의 디자인이라는 것은 몇개월을 정말 죽을듯이 열심히 한다면 나의 미흡한점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능가할 수도 있다고.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해온 것들, 내가 가진 역량보다 3개월이면 3개월 6개월이면 6개월 얼마나 더 죽기살기로 하느냐가 조금이라도 더 높은 곳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할 수도 있게 하는 것이 또 디자인이라는 말씀. 그 말을 들으면서 내가 아무것도 안하고 보냈던 한학기가 생각이 났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그 말에 그래 충분히 할 수 있겠다. 내가 남은 기간 남들보다 더 열심히해서 한 번 해보자.라고 생각했다. 과 특성상 졸업전시와 연계된 여름방학, 그리고 휴학하고 돌아왔을 때 남은 반학기. 영 깔끔하지가 못했다. 그리고 1학기 프로젝트가 전혀 생각지 않게 통과한 점도 못내 아쉬웠다. 그게 잘 한건 아니었지만 완성하고 싶다는 욕심같은거. 무엇보다도 난 도피는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지금 꾸물대고 있는 건 뭔가를 구체적으로 하고싶어서 휴학을 하려고 했던 게 아니었기 때문에 인정하기 싫지만 도피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사회에 제대로 나가보진 않았지만 부딫치면서 배우고 싶었고 깨닫고 싶었다. 근데 이 상황에서 휴학? 프로젝트를 할 동안 잠시 생각을 접어두었던 휴학이야기가 또 골머리를 아프게 했다. 교수님은 우리 또래 자식을 가진 부모의 입장에서는 휴학을 고려해보겠지만 사회에 일찍 나온 선배로써는 계속 다니는 쪽을 권유하셨다. 대부분이 힘든 결정이니만큼 선뜻 대답해주기보다는 들어주는 편이었고 과 안의 분위기나 상황, 내 심리상태를 모르면 남들과 똑같은 단순한 고민꺼리로 치부되었다.그 뿐이었다.

  그리고 방학을 했다. 난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방학 때마다 꼭 해오던 운동도 안하고 7월달은 그렇게 흘러갔다. 그렇게 방학을 하고 20여일이 지난 오늘 결정을 내렸다. 휴학을 하기로. 이게 옳은 결정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가 먼훗날 나이가 들어서 이 시절을 돌아봤을 때 옳은 결정이 되도록 모든 것은 이제부터 나의 몫이다. 이제 과 안에서의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시작할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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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7월은 23일부터 2박3일 부산 가는 것 외에는 특별한 일이 없다. 일부러 잡지 않았다. 만나자는 약속도 바쁘지도 않고 아무 이유 없는데 모조리 8월달로 미뤄버렸다. 여행을 갔다온 뒤 부터는 본격적으로 운동과 알바를 할 생각이다. 3-4년간 다이어트를 하면서 동네 헬스장을 거의 다녔지만 여름에는 왼지 돈 주고 빼기가 아까운 마음에 헬스장을 안 끊었더니 도저히 안되겠다. 의지력도 예전같지가 않아서 근력운동은 누가 시켜야 할 것같아 트레이너가 있는 제대로 된 곳을 끊어서 다니려고 한다. 그리고 영국문화원을 다녀볼 생각이다. 아니면 정철어학원도 생각하고 있다. 내년 5-7월 즈음에 여행을 계획중인데, 솔직히 여행을 혼자 가고싶은데 겁이 난다. 유럽여행도 다녀오긴 했지만 그 나라 사람들과 충분하게 소통하지 못하고 눈과 마음에만 그 나라와 문화를 담고 온 것이 너무나 아쉽다. 문화원 홈페이지에서 8월 1일에 간단한 반편성 테스트를 예약했는데 뭐 결과는 기대도 안한다. 외국인과의 대화는 벌써부터 떨린다. T^T 그리고 또 한가지는 내 생각을 나의 손으로 나의 감각으로 표현하기 훈련이다. 개인적으로는 일러스트와 포토샵 그리고 스케치를 생각하고 있다. 대략적으로는 이렇고 상황봐서 휴학을 2년 하게 되는 경우도 생각 해 봤는데, 그럴 경우에는 6개월 정도 인턴을 할 생각이다. 결국 내 휴학의 최종 목표는 나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걸로 설명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대략적인 계획이지만 점점 구체적으로 할 것이고 멋진 경험들과 노력으로 나를 탈바꿈 할 수 있는 유익한 휴학기간을 보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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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뮈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