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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27 부산에서 본 영화 해운대
리뷰/영화2009. 7. 27. 04:30


  부산여행 이튿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바람에 애초에 가려던 태종대는 못가게 되었다. 다행히 오후쯤에 비바람이 많이 약해지고 저녁까지 아무것도 안하고 민박집에 가만히 있기도 뭐해서 영화를 보기로 했다. 바로바로 해 운 대 ! 부산에서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본다고 생각하니까 마치 특별한 영화를 보러 가는 것 같았다 - 히히


  몇년 전 실제로 인도네시아에 예고없이 찾아왔던 그래서 어마어마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가져왔던 '쓰나미'가 영화의 소재였다. 당시 세계적으로 큰 이슈였던 쓰나미.그 무시무시한 해일이 우리나라에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과 부산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버무려 만든 영화. 그것이 바로 영화 해운대의 대략적인 내용이다. 사실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재난영화를 만들기란 조금은 어려울 수 있고, 그래서 도전이었는지도 모른다. 여름에 간혹 홍수나 태풍 피해는 있지만 영화화 하기에는 다소 부족하고 우리나라에 맞는(?) 동감이 가는 부분의 재난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런면에서 볼 때 쓰나미를 그리고 부산의 해운대를 선택했다는 것이 우선은 크게 먹고 들어가는 것 같다. 어찌보면 예고를 보고 뻔한 스토리를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수 있다. 워낙 홍보를 많이해서 그런지 그렇게 영화자체엔 큰 기대는 안했지만 CG하나는 어느정도 기대를 갖게 하는 영화였다.


  이 영화에는 꽤 많은 배우들이 나온다. 처음에는 설경구, 하지원, 박중훈 등 몇몇이 중심이 되어 스토리가 흘러갈 줄만 알았는데 부산을 배경으로 여러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누구얘기는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고가 없이 비슷한 비중으로 펼쳐진다.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불특정다수에게 언제 닥쳐올 지 모르는 쓰나미를 받기 위해서는 그렇게 끌고가지 않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전혀 조잡하지 않고 잘 어우러져서 이야기 하나하나가 내 이야기 같고 가슴에 와 닿는다. 특히 감초역할을 톡톡히 한 김인권의 밉상백수연기, 부산꼬마 천보근의 귀여운 연기는 영화 전반에 보는 재미를 더했다. 그리고 이민기는 정말 매번 느끼는 거지만 자기가 100% 발휘할 수 있는 역할을 잘 선택하는 것 같다.
  드라마에서 한번쯤은 다루었을법한 사람의 가족의 연인의 사랑이야기가 섞여있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기도 했지만 부산이라는 고정되어 있는 배경이 주는 신선함과 뇌리에는 강하게 남아있지만 정작 우리에게는 상상해보지 않은 쓰나미라는 재난이 이 식상한 이야기를 커다란 감동의 이야기로 탈바꿈 해준다. 쓰나미가 올 때는 마치 외국의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방불캐 할 정도의 스캐일이어서 새삼 놀라기도 했지만 큼직큼직한 것들에만 신경쓴 느낌도 들어서 세세하게 들어갔을 때는 약간의 실망을 안겨다주기도 했다. 하지만 재난영화의 선구자적인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해운대를 보고나서 이유는 모르겠지만 영화 '쉬리'와 '태풍'이 어렴풋이 생각나더라. 그리고 영화에 나오는 해운대, 광안대교, 태종대, 사직구장을 보면서 와 우리 부산도 전혀 외국영화에 손색없는 배경이 될 수도 있겠구나. 이 영화 때문에 부산 홍보도 톡톡히 하겠구나 싶었다. 부산여행중이어서 그런 점들이 더 크게 다가왔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웃기도 많이 웃고, 울기도 많이 울고, 가슴이 벌렁벌렁하기도 했다. 그리고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보게도 하고 그래서 더 섬뜩했을지도 모르겠다. 죽다 다시 살아나도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그래서 또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속에서 주인공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안고 죽기도 하고 어떻게든 살려고 살아가려고 발악을 하기도 한다. 나보다 자식부터, 연인부터, 부모님부터, 조카부터 피할 수 없는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오는 너무나도 두렵고 갑작스런 상황 앞에서조차 그럴 수 있다는게 나를 희생할 수 있다는게 눈시울을 적시고 마음 한켠이 따뜻해졌다. 산 사람보다도 죽은사람들 때문에 그런점은 극대화 되고 여럿중에 결국 남녀주인공만이 살아남고 마치 인간이 자연과 싸워서 살아남는 과정을 보여주는 외국 영화와는 미묘하게 다른 것을 느꼈다. 이런 게 바로 우리나라식의 재난영화라고 말하는 걸까 생각해보게 된다. 아 그리고 볼 때는 엄청 몰입하긴 했지만 보고나서 그렇게 큰 여운이 남지는 않았다. 한마디로 영화볼때는 울고짜고 난리쳤지만 보고나서 드는 생각은 무지 깔끔했던 영화다.  


뮈미별점 ★★★★

* 위 이미지들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 되었으며 저작권은 영화 제작사 JK FILM에 있음을 알립니다.
Posted by 뮈미